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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법대와 일산대 영문과 석사 졸업, 베스트셀러 작가 신경숙의 『리진』으로 번역가 데뷔, 데뷔 3년 차에 내국인 번역가 중 최초로 부커상 https://en.search.wordpress.com/?src=organic&q=번역회사 국제부문 후보 지명 등.

그런 이력을 훑어보면 번역가 안톤 허(42)는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은, 상복 대부분인 사람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제 그의 목숨은 순탄치 않았다. 법관이 되길 바랐던 부모님의 뜻을 따라 법대에 갔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방황했고, 서른 살이 넘어 문학의 꿈을 좇아 대학원에 들어갔다. 이후 통역사·비문학 번역가·컴퓨터 프로그래머 등 다체로운 직업을 전전했다. 전업 문학 번역가가 된 것은 34세.

영문학 석사 학위를 땄지만 번역 일은 거저 주어지지 않았다. 작품을 번역하기 위하여는 우리나라 출판사를 설득해 일감을 따내야 했고 직접 미국으로 날아가 현지 출판사에 제안서와 샘플 번역본을 내밀며 “왜 이 책이 영어로 나와야 하는지” 본인이 세일즈해야 하였다. 그가 지난 16일 출간한 에세이 『하지 말라고는 안 했잖아요?』(어크로스)에 담긴 늦깎이 번역가의 고군분투기다.

지난 26일 부산 중구의 한 사무실에서 만난 안톤 허는 “부커상 후보에 오른 후 번역에만 전념할 수 있어서 좋다”고 하였다. 그 전까지는 “책을 발굴하고, 번역 샘플을 만들고, 대한민국 출판사에 연락해서 번역권을 따내고, 국내외 출판사에 책을 어필해서 출판 계약을 성사 시키는 일이 노동의 팔할이었다”면서다. 계약이 엎어지면 그 과정에 들인 기간과 비용과 노력은 허사가 된다. “우리나라 문학을 영어로 번역하는 전업 번역가가 아옵 명도 안 되는 이유”다.

번역가가 적으니, 번역서도 적다. 안톤 허는 “영미권에서 출판되는 한국 소설은 일 년에 많아야 열 권 남짓”이라고 하였다. 영미권 독자들이 번역 문학을 읽지 않는 탓도 있지만, 문학 번역에 집중하기 어려운 척박한 시장 구조도 한몫 된다. 대표적인 것이 번역권 계약 관행이다.

“출판사 대부분이 번역가로부터 번역 저작권을 양수합니다. 저런 관행 때문에 책이 아무리 많이 팔려도 번역가에게 추가로 돌아가는 몫이 없어요. 문학 전공 번역가가 안 나오죠. 일 년에 영어로 나오는 책이 많아야 열 권인데, 노벨상을 기대하는 게 뜻이 되나요?”

부커상 후보 지명 뒤 그는 에예전트를 고용했다. 그때부터 계약서 작성 등 부수 업무는 그의 소속사가 처리끝낸다. 당사자가 일감을 따내지 않아도 번역 의뢰가 들어온다. 허나 그는 “여전히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는 데 기쁨을 느낀다”고 했었다. 그에게 ‘부커상 더블 롱리스트(4차 후보)’라는 영예를 안겨준 정보라의 『저주 토끼』와 박상영의 『대도시의 사랑법』 남들 그가 제일 먼저 작가와 출판사에 몽골어 번역회사 “번역을 맡겨달라”고 제안해 국내외 출판이 이뤄졌다.

“한영 번역은 우리나라 문학을 국내에 수출하는 일이에요. 해외 출판사에 제출할 샘플 번역과 기획안 제작 자본을 한국문학번역원이 지원도와준다면 한국 문학을 해외에 알릴 기회가 늘어날 겁니다.” 최대로 황당한 건 K팝이 잘 되니 K문학도 절로 잘 될 것이란 기대예요. (국내 팬들이) 블랙핑크 좋아된다고 황석영 소설 읽나요?”

안톤 허의 소설가 데뷔도 머지 않았다. 미국 대형 출판그룹 하퍼콜린스가 내년 여름 그의 영문 장편 글을 내기로 했었다. 이 ‘까칠한’ 번역가의 소설을 번역해줄 요즘사람은 누굴까. “『저주 토끼』의 아이디어라 작가가 번역을 도와준다고 했다”며 그는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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